봉사가 유산…3代 걸쳐 1만8710시간 '봉사 명문家'

입력 2022-05-31 17:56   수정 2022-06-01 00:11

“봉사가 처음에는 도움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롭더라고요.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일곱 살 때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봉사를 시작했다는 신유원 군(14·가운데)은 ‘왜 굳이 봉사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세계 적십자의 날인 5월 8일 신군은 외할아버지 임창만 씨(69·왼쪽), 어머니 임현정 씨(40·오른쪽)와 함께 3대에 걸쳐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적십자 봉사명문가’ 표창을 받았다. 세 사람의 봉사 시간을 합하면 1만8710시간에 육박한다. 3대 봉사왕 가족을 지난 28일 전북 남원시 적십자봉사관에서 만났다.

2020년 섬진강 수해가 발생했을 당시 열두 살이던 신군은 수재민들이 대피한 곳에서 설거지와 급식 등을 도왔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도우면서 보람과 함께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사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꼈다”며 “이젠 하고 싶어서 봉사한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봉사회 ‘남원반달곰’에 속한 신군이 지금까지 봉사활동에 들인 시간은 417시간에 달한다. 지금도 장애인, 독거노인 등에게 지원 물품을 배달하는 ‘희망풍차 활동’ 등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신군은 “어른이 돼서 돈을 벌면 기부도 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화된 세태 속에서 신군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이 있다. 외할아버지 임창만 씨는 1992년 적십자 봉사회에 들어간 뒤 30년간 1만7427시간을 헌신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적십자 봉사회 전북 협의회장을 맡아 4000여 명의 적십자 봉사원과 함께 어려운 이웃과 이재민을 돕는 데 앞장섰다. 선행을 인정받아 2015년엔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1974년에 남원에서 육군 소위로 군 생활을 시작한 임창만 씨는 “봉사원들이 해진 전투복과 모포를 꿰매주고 추어탕도 맛있게 끓여와 군인들에게 나눠줬다”며 “열악한 군 환경 속에서 도움을 받아 감명받고 함께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병설유치원 교사인 신군의 어머니 임현정 씨도 아동과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2015년 신군과 함께 적십자 봉사회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866시간을 이웃들을 돕는 데 썼다. 임현정 씨는 “유치원 급식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버지로부터 반찬 봉사 얘기를 듣고 시작했다”며 “시간적 여유가 날 때마다 봉사하다 보니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합보다 갈등과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세대 간 갈등도 마찬가지. 임창만 씨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갈등이라고 생각한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경험을 쌓는다면 청년 세대와 시니어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많이 좋아졌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항상 있다”며 “사람들이 봉사활동과 적십자 회비 모금 참여 같은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원=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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